일상/Review | Recall

2021 회고

ash_ 2021. 12. 31. 12:59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2021년이 벌써 몇 시간도 안 남았다.

작년 연말은 꽤 우울했던 것 같다. 기대했던 42서울 본과정도 코로나로 인해 전면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거리두기도 강화되면서 사람들도 못 만나고, 나 스스로도 약간 번아웃이 왔던 시기였다. 그렇게 연말을 보내고 나니 2020년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생각과 더불어 2021년을 제대로 시작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된 것 같아 그 번아웃 시기가 조금 더 길어진 것 같다. 그래서 올해는 제대로 마무리하고 내년을 맞이하자 싶어서 올해를 마무리하는 글로 블로그를 시작해볼까 한다.

 


42서울 과제

12월 말에 42서울 본과정에 합격하고, 1월까지는 열심히 과제를 진행했다. 피신 때의 기억이 계속되는 듯 정말 아침에 일어나서 코딩하고, 밥 먹고 코딩하고, 자기 전까지 코딩했다. 물론 피신 때만큼 치열하게 한 건 아니지만, 그때의 열정이 남아있던 것 같다. 하지만 계속 클러스터를 못 나가다 보니 번아웃도 오고, 점점 노는 게 제일 좋은 본성이 나오면서 쉬다가 3월부터 클러스터도 열리며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과제는 하나하나씩 해나가는데 뭔가 아는 건 없는 것 같고...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내가 얼마나 많이 모르는지 알게 되는 것 같았다. 정말 나는 어디 가서 컴퓨터 전공생이라고 하면 안 되겠구나... 이것도 모르고 저것도 모르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한 거지... 의 무한반복인 느낌. 그래도 7월까지는 어찌저찌 열심히 과제를 밀어서 나름 같은 기수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빠른 진도에 속했다. 하지만 나도 이때부터 12월까지 놀 줄은 몰랐지...

 

교내 소프트웨어 경진대회

여름방학에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소프트웨어 경진대회를 동기들과 나가기로 했다. 동기들은 재학 중이고 나는 휴학생이었기 때문에 내가 먼저 틀을 잡아두기로 했었는데, 그것도 사실 제대로 못한 것 같다. 나도 아는 게 없다 보니 프로젝트 계획을 할 때부터 지레 겁먹고 스케일을 너무 작게 만들었던 것 같다. 아예 웹 프로그래밍(js, html, css) 분야는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한 데다가 DB를 어떻게 써야 할지도 감을 못 잡은 상태였으니, 정말 모멘텀 클론 코딩 수준의 웹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순수하게 집중한 기간은 한 달 반 정도 쓴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1,2주만 집중해서 만들면 비전공자도 만들 수 있을만한 수준이었어서 많이 아쉽다. 차라리 좀 고생하더라고 기능들을 좀 더 넣어볼걸 싶기도 했다. 나 스스로도 그 기간 동안 집중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운 점이 큰 것 같다.

발표는 내가 했는데, 교수님들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두고두고 생각났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질문이었는데 미리 생각하지 않았어서 다음에는 발표할 때 예상 질문도 생각해야지 싶었다. 발표는 워낙 즉흥적으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이 준비를 안 하는데, 이런 상황에 대한 준비는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42 서울 코알리숑 마스터

워낙 감투 쓰는 거 나서는 거 좋아하는데, 원래는 마스터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혜택(?)에 비해 고생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아서... 하지만 어쩌다 보니 내가 지원서를 쓰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단일 후보여서 무리 없이 뽑히긴 했다! 코알리숑이라는 개념은 42 사람 아니면 아무도 몰라서 어디 자랑을 하기도 애매하긴 했다. 가족들에게는 '나 뭐 팀장 같은 거 됐어...! 근데 우리 팀이 한 200명 정도 돼...!' 정도로 자랑했다.ㅎㅎ

마스터로 뽑힌 지 거의 3개월이 지났다. 벌써... 싶기도 하고 한 게 뭐가 있나 싶기도 하다. 기억나는 건 워크숍... 회의... 유튜브 미팅...? 뭔가 본격적으로 더 해봐야 되나 싶기도 한데 일단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막혀있어서 너무 속상하다.

마스터는 할수록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내가 워낙 42에 대한 애정이 많아서 이 집단에 도움이 되는 역할 하나 맡고 있다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는 데에 한 발 걸친다면 나에게도 42에도 좋은 영향이 될 것 같다. 

 

자료구조 스터디

2021년 하반기의 절반은 정말 거의 놀기만 했다. 나는 '해야 할 이유'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인데, 이즈음엔 공부해야 할 이유를 못 찾았다. 42서울을 하고는 있지만, 왜 과제를 해야 하고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정확히 말하면 내가 '뭘 위해' 이 공부를 하고 있는지를 못 찾았다. 그런데 그렇게 몇 달 놀다 보니 정말 뭐라도 해야겠다 싶더라...ㅎ

그래서 42 서울의 멘토님이 진행하시는 자료구조 스터디에 덜컥 신청해버렸다. 자료구조 수업은 한번 들었었지만 내 머릿속에 완전히 잡혀있지는 않았고, 강제성을 가진 스터디를 하다 보면 어떻게든 공부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신청한 게 컸다. 그렇게 신청한 스터디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지만 정말 자료구조 개념을 한번 잡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됐다. 물론 가장 큰 이점은 내가 클러스터를 꾸준히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멘토링

취업이든 창업이든 나는 개발 쪽 공부를 시작했고, 개발 쪽 일을 하고 싶으니, 그럼 이제 내가 할 일은 '어떤 분야에서 개발을 할 것인가'를 찾는 것이었다. 그래야 내 열정도 다시 불타오르고 공부를 할 테니까!

그 고민을 열심히 하다가 그나마 과제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게 그래픽 과제였던 것 같아 그 분야를 찾아보았다. 그래픽 분야는 아무래도 게임산업이 가장 큰데, 나는 게임에는 큰 흥미가 없어서 VR/AR분야를 알아보았다. 마침 비상근 멘토님 중 VR/AR분야에서 일하시는 멘토님이 계셔서 무작정 아무것도 모르고 멘토링을 신청했다.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도 듣고 확실히 이쪽에 대해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42서울 활동

시험감독이나 등록 봉사를 엄청 나갔다. 코시국에 다른 사람들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고, 나서는 걸 좋아하다 보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하다 보면 자주 하는 사람들끼리 자주 보게 되는데, 이런 활동을 많이 하시는 열정적인 사람들과 만나는 게 나한테는 힘이 되기도 한다. 웰컴 행사도 두 번 다 참여했는데, 이런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해보는 경험도 아주아주 재미있었다.

팔만코딩경이라는 커뮤니티에도 참여했는데, 지금은 크게 하는 일이 많지는 않지만 아주 좋은 프로젝트에 함께하게 되어서 뿌듯하기도 하고 좋다.

 


운동 시작

여름에 공연 보고 혜화 걷다가 가게 창문에 비친 나를 봤는데, 가방을 메고 있는 어깨와 허리가 정말 C자로 굽어 있었다. 너무 충격받아서 9월에 받은 재난지원금으로 바로 PT를 시작했다. 많이 교정되긴 했지만 평소 습관을 많이 고쳐야겠다. 아직까지 PT는 받고 있는데, 운동이 한창 재밌어서 일주일에 6일씩 다니다가 요새는 겨울이라 그런지 집에 박혀있고 싶어서... 다시 게을러졌다. 그래도 운동 시작하면서 규칙적으로 살게 되기도 했고, 많이 건강해진 것 같아서 좋다. 이것도 내가 꾸준히 운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하나 있으면 좋은데, PT를 받는 동안은 결제한 돈이 그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공연

올해는 뮤지컬 공연 많이 안 본 것 같은데, 세어보니 뮤지컬/연극만 15편 정도 봤다. 영화화된 뮤지컬이나 콘서트, 두 번 봤던 건 빼고 그 정도니, 작년이랑 비슷하게 봤나 보다. 여름 즈음부터 뮤지컬을 봐도 뭔가 대단한 감동이 있거나 벅찬 설렘이 없어지고, 점점 그냥 공연 자체를 평가하는 입장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한동안 안 봤었는데, 얼마 전 뮤지컬 팬레터를 보고 다시 재미있고 설레어서 좋았다. 이제 다시 열심히 볼 것 같다.

콘서트는 코로나가 시작되고 한 번도 못 갔는데, 에픽하이의 대면 콘서트를 2년 만에 갔다. 소리를 못 내는 게 너무 속상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라이브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콘서트가 끝나고 나오니 온 세상이 하얗게 눈이 와서 너무 예쁘고 신기하고 좋았다.

 

여행

해외여행 가는 게 내 로망이자 목표였는데... 코로나가 그걸 막는다..

그래도 올해 처음으로 제주도 여행을 가봤다. 심지어 혼자! 대단한 계획을 세운 것도 아니었고 그냥, 갑자기 누가 제주도에서 서핑하는 거 재밌대서 바로 2주 뒤 제주도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혼자 가서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사진도 찍고 서핑도 하고 재미있게 놀았는데, ENFP인 내 성격상 친구랑 같이 왔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했다. (돈도 너무 많이 든다.. 뚜벅이인데...) 그래도 혼자 가서 새로운 사람들을 즉석에서 만나고 이야기하고 놀았던 건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가을에는 가족과 문경 여행도 갔다. 문경새재 구경도 하고 고기도 엄청 먹었다. 역시 가족여행의 장점은 내 돈 안 쓰고 비싼 숙소에서 비싼 밥 먹는 것 같다ㅎㅎ 그래도 올해 봄가을에 한 번씩 여행은 다녀왔네!

 

기타 등등..

3월, 학생 할인 프로모션의 막차를 타면서 맥북 에어 m1 13인치 (스타벅스 입장권)을 샀다. 내가 과연 백만 원의 가치만큼 잘 쓸까?라는 고민이 내 발목을 계속 붙잡았지만 그냥 질러버렸다! 몇 번 떨구고, 커피도 살짝 부어주었지만(...) 그래도 아직 소중한 내 자산 1호의 쓸모를 다해주고 있다...ㅎㅎ 마스터를 하면서 아이패드도 생겨버려서 서브 모니터 겸 들고 다니며 아주 잘 쓰고 있다.

새로운 취미로 뜨개질을 시작했다. 정성이 담긴 선물을 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어떤 걸 줄까 고민하다가 뜨개질로 가방을 만들어주자! 해서 시작했다. 노래 들으면서 생각 정리하면서 꾸준히 하는 게 나름 재미있고 좋았다. 아빠는 그런 거 할 거같이 안 생겨서 뜨개질을 하냐고 했지만(ㅋㅋ) 하나하나 완성해나가는 게 나름 인내심도 기르고 재미있다.

3월부터는 기타 레슨도 받았다. 기타를 치는 게 멋있어보였는데 멋있어보이는 건 다 하자! 라는 생각에 무작정 레슨 시작했다. 연습을 자주 하지도 못하고 9월에는 그만두긴 했지만, 그래도 C코드라도 잡을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게 너무 뿌듯했다!


올 해는 사실 한 게 많이 없다고 생각해서 꾸역꾸역 사소한 것들까지 넣어서 이 정도 분량이 나온 것 같다. 그래도 나름 새로운 공간 새로운 상황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친해지고, 많이 배웠던 한 해가 되었던 것 같다. 취미생활도 많이 찾았고, 나 스스로 자존감도 많이 올랐고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찾을 수 있었다.

 

회고록은 한 번도 안 써봐서 이렇게 쓰는 게 맞나 싶지만... 약간 1년 치 일기를 쓰는 기분이다. 그래도 막상 써놓으니 내가 일 년 동안 놀기만 한 건 아니었구나 싶고, 내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감도 잡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