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h_ 2025. 1. 5. 21:28

언제나 그렇듯 회고록을 1월이 넘어서야 쓰게 된다. 분명 쓰려는 마음은 11월부터 먹었던 것 같은데,,, 취업후기로 적으려고 했지만 그냥 24년 회고록에 다 몰아서 써야겠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미루고 미뤘지만 그래도 한번 정리를 하고 넘어가보려고 한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2024년

이번에는 월별로 정리를 한 번 해볼까 한다. 학교를 다녔던 것도 아니고, 분기나 반기단위로 쪼개기에는 그냥 넘겨버릴 시간들이 있는 것 같아서 월별로 정리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1월

 

1월부터는 진짜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마음과 더불어 늘어지게 놀기도 했다. 취업 준비 열심히 도와주신 멘토님 붙잡고 모각코도 나가고 스터디도 하고... 면접 CS스터디도 꾸준히 나갔다. 그런데 그렇게 나가는 시간 외에는 집에서 소설&애니메이션만 봤다. 애니 입문 시기랄까...

 

2월

 

 


2월에는 졸업을 했다! 졸업 전에 OPIc 시험도 쳤고, 취업 상담도 몇 번 받고, 스터디랑 모각코 몇 번 나가고,,, 그치만 역시나 그 외에는 집에서 놀기만 했던 달이긴 하다.

졸업하고부터는,, 진짜로 백수 취준생! 졸업을 해버리고 나니 위기감이 더 느껴지긴 했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던 '학생' 이라는 신분에서 벗어나 진짜 그냥 취업준비생.. 백수가 되어버린... 

 

1, 2월은 내 기억속에 아무것도 안하고 놀기만 했던 달인데, 그래도 캘린더를 보니 꽤나 이것저것 열심히 나가서 뭔가를 하긴 했나보다.

 

3월

3월에는 동기랑 둘이 하는 스터디를 하나 더 잡아서 하고, CS스터디도 알고리즘 스터디로 바꿔서 했던 것 같다. 프론트엔드로 취업 준비를 하기로 마음먹고, 프론트엔드 모임이랑 스터디도 몇 번 가고, 슬슬 서류도 몇 개 넣어보고 자소서 쓰고 코테 준비하고... 저 즈음 받았던 취업 상담 중에 '자격증 하나도 없으면서 무슨 자신감으로 대기업에 넣으려고 하세요?' 라는 말에,,, 마상도 입고,,, 정보처리기사 실기 접수도 했다. 

 

4월

 

4월 초에는 워커도 아니지만 워케이션을 한 번 다녀왔다. 계속 취준만 하다가 나도 리프레쉬 한 경험이었고, 처음으로 운전 오래 해서 다녀왔던 여행이라 기억에도 남는다.

정보처리기사 실기 시험도 봤다. 정말.. 다시 생각해도 지루하고 하기싫은 공부였던 것 같다. 차라리 코딩 문제가 더 나았달까? 암기공부를 너무 오랜만에 했다...

 

그리고 이 달에 진로 고민을 꽤 많이 했다. 웹 프론트엔드를 목표로 취업 준비를 하면 할수록 뭔가 내 길이 이게 맞나? 내가 하고싶던게 맞을까? 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하게 된 시기였다. 상반기 서류도 꽤 많이 넣고, 코테도 몇개 보고 면접도 잡혔었는데 도저히 붙을 자신도 없고 붙어도 잘 할 자신이 생기지 않았다. 이쯤 같이 가끔 공부하던 분들이 다 프론트엔드 개발자였는데, 나는 저분들처럼 하지 못할거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러다가 그래픽스쪽을 조금 알아보고, 그 분야의 개발자 직무를 찾아보면서 '이게 내가 하고 싶은 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도 잠깐씩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그 땐 '그래픽스는 대학원 가야하니까...', '일단은 내가 할 수 있는 걸로 취업을 한 후에 생각하자' 라는 생각이었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흥미가 없는 분야로 취업준비 하려니 의욕도 안생기고, 갈피도 못 잡는 것 같고... 그러다가 내가 하고싶었던 분야를 제대로 알아보면서 여러가지 길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웹개발자가 아닌 다른 길을 찾기 시작했다.

 

대학원도 알아보고, 대회도 찾아보고, 여러가지 직무와 엔진 등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5월

5월에는 그래픽 엔지니어링 뽑는 게임회사에도 좀 지원해보고, 메타버스 경진대회 참가 신청도 해봤다. 개발 분야를 바꾸기로 마음 먹으니까 의욕도 생기고 이것 저것 많이 찾아봤던 시기였다. 물론 웹 쪽으로 서류를 안넣었던 건 아니지만, 이미 웹에 대해서는 마음이 뜬 상태였달까...ㅎㅎ

 

5월말에는 친구와 부산도 다녀왔다. 그런데 부산 가기 전날에 30일 오후에 갑자기 오프라인 코테가 있다는 연락을 받아서 혼자 부산에서 올라왔던 기억이 있다. 너무 급해서 캘린더에도 안써놨던 것 같은데... 그냥 진짜 취준생의 일상이었던 것 같다.

 

6월

 

계속 스터디, 멘토링, 대회 준비 등등...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언리얼 엔진'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관심 있던 모션캡쳐 세미나도 다녀와보고, 이전에 서류 넣었던 회사의 코딩테스트와 면접도 계속 봤다. 

그러다가 서울시 청년취업사관학교 새싹에서 '언리얼 개발자 양성 과정' 을 진행하는 것을 보고 6월 말에 신청하게 됐다. 

 

7월

 

새싹 시험과 면접을 보고, 과정에 입과하여 언리얼 공부를 시작했다. 그 전에 메타버스 경진대회 일정으로 메타코리아 견학도 다녀오고, 42 행사도 다녀 오고, 스터디도 꾸준히 했다.

새싹 과정 입과가 결정되고 나서는 사실 공부를 열심히 했다기 보다는, 꾸준히 알고리즘 테스트 공부와 스터디만 했다. 일정이 적혀 있지 않은 많은 날들은 그냥 놀았다는 뜻...ㅎ

 

8월 - 9월

이 때쯤부터는 딱히 캘린더에 많은 일정이 없다. 주 5일 10-6 시간으로 언리얼 교육과정을 진행해서 공부와 플젝을 하고, 주1회 스터디와 멘토링만 이어나갔다.

 

포트폴리오용으로 간단한 게임을 하나 만들었고, 이전에 신청해뒀었던 언리얼 페스트에 참가했다.

언리얼 페스트 후기

 

[2024 Unreal Fest] 언리얼 페스트 후기_영화&TV,애니메이션,방송 트랙

요새 언리얼 공부를 하고 있는데, 마침 언리얼에서 페스트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참가 신청을 했다.무료로 온라인에서 볼 수도 있었지만, 오프라인 현장을 가보고 싶었다. 관심이 있는 분야

noeyhes.tistory.com

 

9월에도 계속 언리얼 교육 + 프로젝트 진행했다. 팀플이 거의 쉼없이 이어졌어서 계속 프로젝트 진행했던 기억이 있다.

 

처음 웹개발에서 언리얼 엔진으로 넘어올 때, 망설였던 이유 중 하나는 '내가 그동안 공부해왔던 게 전부 쓸모없어지는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딱히 크게 방향을 튼 것도 아닌데, 그때는 뭔가 내가 4년동안 배운 걸 다 버리고 방향을 튼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특히 언리얼 엔진의 경우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영역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쪽은 개발자보다는 디자이너의 영역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둘 다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디자인 영역에서의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고, 잘 모르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교육을 받고 공부를 하면서 자신감이 더 붙었던 것 같다. 일단 내가 계속 해왔던 C-like 언어, 그 중에서도 가장 익숙한 C++을 사용하는 개발이었고, 엔진 사용에도 익숙해지며 재미가 붙었다. 게임에 큰 흥미가 있던 것은 아니지만, 3D 세상에서 내가 의도한대로 움직이는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내가 공부했던 지식들(CS지식들을 비롯한 다양한 전공지식 및 경험들)이 쓸모 없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며 자신감이 더 붙기도 했다.

 

새싹에 계시는 잡코디님과 상담도 많이 다녔다. 거의 1~2주에 한번씩 가서 거의 짱친이 된 것 같다. 빨리 취업해서 최종 프로젝트 시작하기 전에 교육 졸업해버리자 라는 마인드로 자소서와 포트폴리오에 올인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10월

이런 자신감을 가지고 CJ에서 뽑는 4Dplex 멀티미디어 개발자에 지원했지만... 꽤나 잘 썼다고 생각한 이력서와 자소서였는데 서류부터 떨어져서 조금 속상했던 시기이다. 그래도 잠깐만 속상하고 다시 열심히 포트폴리오 수정하고 자기소개서 작성하고... 완전 '언리얼 개발자' 를 목표로 전부 갈아엎었다.

 

10월 말에는 그냥 사람인 사이트에서 '언리얼 개발자' 검색해서 나오는 웬만한 괜찮은 회사에 전부 이력서를 넣었다. 일단 이력서 평가도 받아보고 면접이라도 봐보는 경험이 중요할 것 같아서 냅다 넣었다. 이전에는 주로 대기업에만 넣었어서 자소서와 이력서를 다 따로 썼었는데, 공용 이력서 포트폴리오로 한번에 NN개 기업에 넣은 건 처음이었다.

 

11월

대망의 11월...!

10월 말에 넣은 회사들 중 두 군데에서 연락이 와서 면접을 봤다. 한 곳은 디지털 트윈&메타버스를 주로 다루는 회사였고 한 곳은 방산&군 관련 프로그램을 다루는 회사였다. 온/오프라인 면접을 모두 봤었는데, 먼저 본 회사에서 바로 합격 연락이 왔다.

 

처음 느낀 건 굉장한 당황스러움(?)이었다. 이게..된다고..? 나 취업한거 맞나...? 라는 생각때문에 실감도 안났다. 엄청 많이 찾아봤거나, 꼭 가고싶어서 간절했던 기업이거나,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이 아니어서 더 그랬던 것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우선 내가 가장 하고싶던 '언리얼 개발자' 의 포지션이었고, 게임이 아닌 메타버스나 디지털트윈을 다루는 회사였으며, 면접 때 봤던 회사의 분위기가 꽤 좋았어서 입사하기로 결정했다. 언리얼 교육은 25년 2월까지였지만, 남은 기간동안 교육 기관에서 프로젝트를 하는 것 보다는 (혹시나 수습만 하고 그만두더라도) 회사를 다니면서 실무 공부를 하는 것이 나한테 더 좋은 기회일 것 같기도 했다.

 

 

24년 지원공고 리스트

 

물론 수십 수백개의 이력서를 넣은 분들도 많지만, 그래도 막상 모아놓고 보니 1년간 쉬지않고 뭔가 해왔다는 게 느껴졌다. 너무 늘어지지 않게 1년 안에 취업 한것도 다행이고, 뿌듯하기도 했다.

 

그렇게 11월 초에 최종 입사 확정 연락을 받고, 12월부터 출근을 하기로 한 후에 냅다 베트남 여행을 다녀왔다. 원래 회사 들어가기 전에는 마음 편하게 노는 거니까~

 

12월

딱 12월 2일에 첫출근을 했다. 인턴은 해봤지만 정식(?)으로 회사를 다니는 건 처음이라 긴장해서 잠도 잘 못잤다. 첫 주에는 거의 잠을 잘 못 잤는데, 심지어 그 주에는 비상계엄(...)과 토요일 회사 행사까지 있었어서 한 주가 엄청 길었다.

 

수습인지라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거나 하진 않았지만, 회사 분위기나 시스템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출장도 다녀와보고, 회식도 해보고, 이런 저런 경험들도 많이 쌓아나가는 중이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았던 한 해였던 것 같다. 작년의 목표였던 '취업' 을 이뤘다는 게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했다가, 정리하다 보니 그보다 더 큰 성과는 '내가 하고 싶은 일' 을 찾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4,5월에 직무를 바꾸기로 결심하면서 나 스스로의 변화가 가장 크게 느껴졌다. 이전에는 취업 준비를 꾸준히 하면서도 의욕도 크게 안생기고, 이 길이 맞나 싶고, 남들을 따라하는 기분이 컸는데, 내가 하고 싶다고 느꼈던 분야에 대해 더 알아보고 그 분야 공부를 시작하고 나니 정말 열정적으로 하게 된 것 같다. 내일이 기대되고 설레는 기분을 느낀 게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직무를 바꾸길 참 잘했다고 생각이 든다. 가끔은 '조금 더 일찍 언리얼 공부를 시작할걸' 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이때까지 (언리얼이 아닌) 다른 공부를 하면서 쌓아둔 지식과 경험들 역시 나에게 엄청난 자산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2025년 계획도 함께 쓰려고 했지만 사실 아직까지 딱히 큰 계획을 정해두진 않아서... 조금 더 개인적으로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그동안과는 꽤나 다른 관점에서의 계획이 쓰여질 것 같아서 나도 잘 모르겠다.

 

이게 24년 회고인지 일기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작년 한 해를 돌아본다는 의미는 비슷하니까!

 

다가오는 2025년은 덜 슬프고 더 행복하고 안전하고 건강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